항상 웃는 얼굴로

아들아,

 아빠도 아직 세상을 얼마살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 너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을 갖기가 쉽지는 않구나.
하루하루 쫓기듯 살면서 네 크는 모습도 일상에 묻혀 잊고 지내는것 같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모습도 하루하루에 묻혀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때 인것 같다.

아빠도 어렸을적엔 대통령도 되고 싶고, 노벨상 받는 과학자도 되고 싶고, 로보트도 갖고 싶고,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기도 했고, 내가 맘만 먹으면 세상을 움직일 수도 있을거라 꿈꿨단다. 그런데 한살 한살 커 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안되는것도 있다는걸 알게 되고, 하나 둘씩 어깨에 짐이 늘어가면서
하고 싶은것 보다는 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아빠의 모습에 별 저항없이 지내는데,

 오늘 문득 네 웃는 얼굴을 보니 아빠가 너무 쉽게 많은걸 잊고 사는거 같다는 반성을 하게 됐어.

고마워 아들, 아빠에게 하나 가르쳐줬네?

 항상 웃는 얼굴로 후회 보다는 벅찬 희망을 갖고, 해야만 하는것들 보다는
하고 싶은것들을 하면서, 내일은 또 무슨일이 있을까 기대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바래.

2009년 어느 봄 밤에, 아빠가.

호연이를 받아주신 의사 선생님

아빠는 어려서부터 할머니로부터 “넌 한양대병원에서 태어났고, 널 받아주신 의사 선생님은 XXX시고, 네 동생도 그 선생님이 받아주셨단다…” 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는데, 도대체 그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단다.

호연아, 너는 시카고 Swedish Covenant Hospital에서 태어났고, 너를 받아주신 의사 선생님은 “임종수” 선생님이란다.  할머니랑 나이가 비슷하신 할아버지 선생님이신데,
좀 무뚝뚝하시지만 나비 넥타이에 멜빵을 하신 멋쟁이시고, 경험도 많으시고, 가끔 농담도 하시는 재밌는 분이시란다.
이 사진도 퇴원하는날 수술을 끝내고 오셔서 마지막 검진을 해주셨는데, 아빠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 사진한장 부탁드렸어.

나중에 네가 커서 아빠처럼 태어났을때가 궁금하면 이 사진을 한번 보렴 🙂